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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포함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미드소마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이었다.
어느 때처럼 영화를 보기 위해 주말을 보내던 중 화려한 색감의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새파란 배경과 아름다운 꽃을 머리에 두른 채 미묘한 표정을 짓던 여자.
그 여자의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던 표정에 이끌려 보기 시작한 영화가 바로 미드소마였다.
그로부터 1년 뒤,
당시에는 나쁘지 않게 보았지만 스토리가 무언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었던 미드소마를 감독판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니 감독판이라고 해서 고어적이고 선정적인 부분이 더 추가된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깊은 감정과 왜 그런 선택들을 하게 되었는지 스토리적으로 탄탄하게 더해진 것이란걸 알게되었다.
솔직히 미드소마-일반편에선 대니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깊게 공감하기가 어려웠는데, 어쩌면 감독판에서 그 이유를 공감할 수 있겠구나 싶어 지난 주말 미드소마-감독판을 시청하게 되었다.
다시 보아도 참 훈훈한 투 샷.
펠레와 대니
미드소마의 간략한 줄거리는 가족을 잃고 큰 상실감에 빠진 여자가 남자친구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타국의 작은공동체집단의 축제에 초대되어 함께 보내게 되는 이야기다.
여기서 그 작은공동체는 이교도적인 의식과 전통을 지니고 있고, 초대된 축제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축제라는 것이 포인트라면 포인트라고 해야할까.
사진 속 하얀색 리넨 옷을 입은 자가 펠레라는 인물로, 펠레의 초대로 인해 주인공인 대니와 친구들이 호르가로(작은공동체집단) 놀러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펠레의 대니에 대한 적극적인 표현이 참 좋았다.
대니가 5월의 여왕이 되어 축하한다며 분위기에 깊은 키스를 할 때도 참 마음에 들었다. (이건 정말 개인취향!)
다시 영화의 흐름으로 돌아와서,
미드소마는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호르가 마을을 보여주려 노력한 흔적이 정말 영화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맨 처음 대니의 집에서도 화면에 잡히던 곳곳의 그림들과,
중간중간 삽화형식으로 보여주는 호르가의 전통, 4계절에 대한 영화 스토리, 그들의 화려한 옷장식과 아름다운 메이폴기둥, 그리고 음료와 음식 하나하나까지. 모든게 완벽하고 아름답게만 보이던 호르가 마을이었다.
심지어 제물에 대한 장식까지도 하나하나 감독의 섬세함에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꽃을 두 눈에 피어올린 사이먼과,
약간은 아쉬웠던 마크의 광대피부벗기기.
아주 잠깐 드라마-한니발이 떠올랐던 부분들이었다.
펠레와 대니 투샷이 참 좋긴 좋았었나 보다.
블로그에 쓰려고 저장한 사진들이 다 펠레랑 대니 투샷뿐이네..
비록 지금 블로그에서 소개는 나름 산뜻하게 하고 있지만, 영화 미드소마의 내용은 결코 산뜻하고 아름답고 화려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크나큰 고통과 상실감을 보여주고, 이를 인정하고 상실감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데 그 과정을 이색적이고 외부와 단절된 어느 한 공동체의 축제와 결합하였다.
주인공 대니는 조울증을 앓는 동생의 선택으로 부모님과 여동생을 잃고, 크나큰 상실감과 주체할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한다. 대니의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은 1년여 넘는 기간동안 대니의 불안정한 상황을 계속 들어주고 옆을 지켜주지만 많이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대니도 크리스티안이 많이 지쳐있고 왜 지쳐있는 지를 알고 있는 상황이지만 혼자가 된다는 두려움 앞에서 쉽게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회피하며 계속 상실감을 크리스티안에게 기대려 한다.
크리스티안은 그런 대니를 사랑하고 이해하지만 인내를 계속 발휘하며 기다려주기에는 많이 지쳐있고.
이런 상황 속에서 크리스티안은 대니와의 깊은 싸움을 회피하기 위해
크리스티안과 그의 친구들끼리만 가려고 했었던 스웨덴 호르가 하지축제를 제안하고,
대니는 이를 수락하게 되면서 이들은 호르가로 향하게 된다.
여기서 잠깐,
감독판에서는 대니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도록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대화가 추가되어 있다.
일반판에서는 대충 상황을 통해 유추해서 이렇게 가게 되었구나를 느꼈었다면, 감독판에서는 확실히 이야기의 흐름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부분부분 그들의 감정선을 담은 대화장면이 많이 추가되어 있었다.
긴 시간을 들여 호르가의 첫번째 영역에 도착한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온 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축제분위기를 슬슬 시동걸기 시작한다.
도착하자마자 가볍게 마약을 권유하는 이 곳,
사실 환각작용을 주는 음식은 호르가 마을 곳곳에서도 등장한다. 그것도 상당히 아름답게.
마지막까지 아름다웠던 미드소마, 그리고 호르가 마을.
'절벽'을 시작으로 호르가마을의 축제가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감독판에서 추가되었던 축제의 일부분, 여신에게 재물을 받치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는 호르가마을의 전통과 인습에 대한 이해를 보다 깊게 결속해주는 것 같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소용돌이 속에서 깊은 두려움을 느꼈던 주인공은 결국 크리스티안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명예(논문)와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을 더이상 숨기지 않은 크리스티안은 대니의 제안을 거절하고 마을에 남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대니는 자신이 예민하게 군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혼자가 되는 두려움을 선택하기 보다는 크리스티안과 화해하고 그와 함께하기로 한다.
이 부분에서 미드소마 감독판에서는 크리스티안의 깊은 감정, 속마음과 대니에게 혹은 그 자신의 결점을 분노로 표현하는데 이 부분을 보고 나서야 왜 마지막에 대니가 크리스티안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대니와 크리스티안의 과거를 유추해볼 수 있었던 추가장면이었다.
호르가 마을의 축제가 진행되면서 대니는 여자들만 참여할 수 있는 행사에 함께하게되고, 거기에서 5월의 여왕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와 동시에 크리스티안은 마을의 원로에게 짝짓기 승인과 제안을 받게되고, 크리스티안은 미끼를 덥썩 문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가족'은 꼭 피로 엮어있어야만 하는 것인가.
자고나란 환경에 따라 사람의 가치관이 이렇게까지 나뉘어질 수 있을까.
나는 어디까지 타문화에 대한 수용력을 지니고 있을까.
대니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감을 그대로 지니고 있을까.
상실감, 가족애, 공감의 중요성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안겨주는 영화 '미드소마'였다.